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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과학 실험

가을 낙엽 색 변화 실험 – 엽록소는 어디로 갔을까?

형형색색의 단풍, 그 안에는 어떤 과학이 숨어 있을까?

가을이 되면 나무들은 옷을 갈아입는다. 초록색 잎사귀가 어느새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으로 변해가고, 바람이 불면 낙엽이 흩날린다.
이 풍경은 단지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식물 내부에서 벌어지는 정교한 화학반응의 결과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변화의 원인을 감성적인 말로만 설명한다. “가을이니까”, “날씨가 추워지니까”… 그러나 아이들의 질문은 더 구체적이다.
“잎은 왜 초록색이었는데, 갑자기 노랗게 변한 거예요?”, “엽록소가 사라진 거예요?”, “다시 초록으로 돌아갈 수는 없나요?”

이 실험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과학적인 답을 찾기 위한 활동이다. 아이들은 직접 낙엽을 채취하고, 색소를 추출해 엽록소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며, 식물의 색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실험을 통해 경험하게 된다.
엽록소가 식물의 ‘생산 공장’이며, 계절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분해되고 다른 색소가 드러나는지를 관찰하는 이 실험은, 과학이 단순히 이론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이번 글에서는 낙엽 색 변화 실험을 통해 엽록소의 존재와 소멸 과정을 확인하고, 식물 색소의 종류와 역할, 광합성의 조건 등을 함께 알아볼 것이다.
아울러 실험 이후 확장할 수 있는 창의 활동까지 다루어, 아이들이 이 활동을 단지 ‘가을 놀이’가 아닌 ‘과학 학습’으로 연결 지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한다.

 

가을 낙엽 색 변화 실험

 

실험 준비 – 낙엽과 알코올로 엽록소를 만나다

이 실험의 핵심은 식물의 잎에서 색소를 추출하는 것이다.
그 색소들 중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엽록소이고, 엽록소가 사라진 자리를 카로티노이드(노란색 계열)와 안토시아닌(붉은색 계열) 등이 대신하면서 가을 단풍의 색이 완성된다.

따라서 우리는 잎사귀에서 색소를 추출하고, 그 색소들이 어떤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한다.

준비물

  • 가을철 낙엽 (초록색, 노란색, 붉은색 등 다양하게 채취)
  • 70~90% 소독용 알코올 (이소프로필알코올) 또는 에탄올
  • 유리컵 또는 투명한 플라스틱 컵
  • 절구와 막자 또는 나무 막대
  • 필터지 또는 커피 필터
  • 병에 물 약간 (온수 사용 시 추출이 잘 됨)
  • 투명 테이프, 연필, 자
  • 접시 또는 트레이 (정리용)
  • 실험 기록지, 색연필

실험 방법

  1. 채취한 낙엽을 종류별로 나눈 후, 각 잎을 잘게 찢어 유리컵에 담는다.
  2. 소독용 알코올을 잎이 잠길 만큼 붓는다. (화기 주의)
  3. 절구나 막자를 이용해 잎을 으깨듯이 색소를 추출한다.
  4. 필터지나 커피 필터를 잘라 종이 크로마토그래피(색소 분리지) 형태로 만들고, 끝부분을 색소 용액에 담가둔다.
  5. 약 30분~1시간 후 필터지 위로 색이 분리되며 올라온다.
  6. 필터 지를 꺼내어 잘 말리고, 연필로 색 층을 표시하고 기록한다.
  7. 실험지를 관찰하며 어떤 색소가 들어 있는지, 색이 몇 층으로 나뉘는지 분석한다.

이 실험은 아이들이 ‘잎은 하나의 색만 가지고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경험이 된다.
초록색 잎 안에는 노란색, 주황색, 심지어 붉은색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순간, 아이들은 자연의 이면에 숨겨진 과학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다.

 

과학 원리 – 초록 뒤에 숨어 있던 색소들, 그리고 엽록소의 퇴장

식물의 잎이 초록색인 이유는 ‘엽록소(Chlorophyll)’ 때문이다. 엽록소는 식물이 빛을 받아 광합성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색소로, 태양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엽록소는 붉은색과 파란색 빛을 흡수하고, 녹색은 반사하기 때문에 우리가 잎을 초록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햇빛의 세기와 일조 시간이 줄어들고, 온도가 낮아진다.
이 변화는 식물에게 “이제 광합성을 멈추어야 한다”는 신호가 된다.
잎에서는 더 이상 엽록소가 만들어지지 않고, 기존에 있던 엽록소도 서서히 분해되기 시작한다.
이때까지 엽록소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다른 색소들 — 카로틴(주황색), 크산토필(노란색), 안토시아닌(붉은색) — 이 드러나며 낙엽의 색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번 실험에서 관찰되는 색소 분리는 바로 이 ‘숨겨진 색소들’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다.
크로마토그래피를 통해 아이들은 하나의 잎이 사실은 여러 색소의 복합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물리적 변화와 화학적 변화를 이해하는 기초가 되며, 빛, 색, 생물학적 구조 등 다양한 개념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실험 후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 “왜 같은 나무라도 잎 색이 다르게 변할까?”
  • “모든 식물에 안토시아닌이 있을까?”
  • “엽록소가 없어도 식물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단순한 색깔 실험을 넘어 생명체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며, 아이들의 사고력을 확장시켜 준다.

 

 

이 실험은 단풍잎의 색을 분리해 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확장 활동을 설계할 수 있으며, 각기 다른 교과와의 융합이 가능하다.

과학 확장

  • 다양한 종류의 나무에서 잎을 채취해 비교 실험하기 (예: 단풍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등)
  • 광합성 실험과 연결: 엽록소가 남아 있는 잎과 없는 잎에서 빛의 흡수율 비교
  • 온도 변화에 따른 엽록소 분해 속도 실험: 냉장 보관 vs 실온 보관 낙엽 색 변화 비교

 미술 융합

  • 추출한 색소로 직접 그림을 그리는 ‘천연 잎 색소 아트’ 만들기
  • 필터지 위 색소 분리 패턴을 스캔하여 디지털 아트로 변환
  • 낙엽을 이용한 색의 조화 및 색 이름 붙이기 활동

 글쓰기 및 발표

  • “잎이 들려준 가을 이야기”를 주제로 창작 동화 쓰기
  • 엽록소에 관한 보고서 작성 + 발표하기
  • 색소 실험을 과학 포트폴리오로 정리하여 제출

 시각 기록

  • 실험 전후 낙엽의 색상 변화 사진 촬영
  • 크로마토그래피 결과를 일주일 단위로 추적해 색 변화 분석

이러한 확장 활동은 아이들이 단순히 실험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험을 자신의 생각으로 재해석하고 표현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과학은 관찰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학습으로 완성된다.

 

낙엽이 말해주는 생명의 이야기

가을의 낙엽은 단지 식물이 겨울잠을 준비하기 위한 자연의 한 현상이 아니다.
그 안에는 식물이 햇빛을 받으며 살아온 기록이 들어 있고, 계절에 순응하며 에너지를 보존하려는 생명체의 지혜가 담겨 있다.
이번 실험은 낙엽을 단지 ‘떨어진 잎’이 아니라, 하나의 과학적 보고서로 바라보게 한다.

아이들은 직접 잎을 모으고, 색소를 추출하며, 실험지를 말려가며 “초록이 이렇게 쉽게 사라지다니…”라는 놀라움과 “초록 뒤에 이렇게 많은 색이 숨어 있었네”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과학의 목적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열어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한다.

‘엽록소는 어디로 갔을까?’라는 질문은 곧 ‘생명은 계절을 따라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물음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질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실험을 통해 답해보고, 기록하고, 발표하는 과정은 단순한 실험 그 이상이다.
자연과 생명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 과학적 탐구를 통한 사고 확장, 그리고 지식을 삶과 연결 짓는 힘—이 모든 것이 이번 실험 하나에 담겨 있다.

이 가을, 아이와 함께 낙엽을 줍고, 그 안에 숨은 과학을 함께 발견해보자.
그리고 잎사귀 하나가 들려주는 생명의 이야기를 경청해 보자.
과학은 언제나 자연 속에 있다. 우리는 그것을 꺼내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