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무한한 공간’을 만들어보자
아이와 함께 놀다가 문득 들었던 생각이 있다. “거울 속 거울은 왜 끝이 없을까?” 아이가 욕실에서 거울 두 개를 마주 보며 신기해하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한 번은 거울 앞에 인형을 놓고, 계속해서 인형이 작아지며 반복되는 모습을 보며 아이가 말했다. “엄마, 이거 무한이야!”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었지만, 동시에 이런 신기한 현상을 집에서 제대로 실험해볼 수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가 매일 보는 거울, 그리고 그 거울을 조금만 다르게 배열하면 빛의 반사를 이용한 ‘무한한 공간’ 실험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흥미로울까?
‘무한 공간 박스 실험’은 어렵지 않다. 단지 3개의 거울과 조명, 그리고 약간의 손재주만 있으면 된다. 이 실험을 통해 아이는 단순히 ‘거울이 반사한다’는 개념을 넘어서 광학의 기본 원리인 ‘무한 반복’과 ‘빛의 직진성’, ‘대칭’을 몸소 느끼게 된다. 이 글에서는 우리 집에서 직접 만들어본 무한 공간 박스를 소개하고, 준비물부터 제작, 원리 설명, 확장 응용까지 모든 과정을 자세히 나눠보려 한다. 혹시나 아이와 함께 의미 있는 과학 체험을 하고 싶은 부모라면, 이 실험은 가장 쉽고 효과적인 입문 실험이 될 수 있다.
준비물과 제작 과정: 어렵지 않지만 세심하게
실험을 시작하기 전, 필요한 준비물을 정리해보자. 대부분은 집에 있는 재료로도 가능하고, 몇 가지는 문구점이나 다이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준비물 목록
- 정사각형 또는 직사각형 거울 3장 (크기는 최소 15cm 이상 권장)
- 튼튼한 박스 또는 폼보드 (3면 구조 만들기용)
- 양면테이프, 글루건 또는 테이프
- 작은 LED 조명 (건전지형 또는 USB형)
- 소형 피규어나 작은 장난감
- 검정색 종이 또는 패브릭 (빛 흡수용 배경)
- 자, 칼, 가위 등 제작 도구
박스는 정육면체 형태로 만들어도 좋지만, 3면(좌, 우, 바닥)만 활용하는 개방형 구조도 충분하다. 아이가 직접 손을 넣거나 눈을 가까이 댈 수 있도록, 전면은 투명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제작 단계 요약
- 박스의 3면(좌우, 바닥)에 거울을 부착한다. 이때 거울의 각은 90도로 정확하게 고정해야 한다.
- 거울 사이의 이음새에 틈이 없도록 테이프나 글루건으로 꼼꼼히 밀착시킨다.
- 바닥에 작은 장난감 또는 피규어를 배치한다.
- 박스 상단 또는 뒤쪽에 조명을 설치한다. (LED 테이프형이 가장 효과적)
- 박스 전면을 열어두고 아이가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배치한다.
제작 자체는 복잡하지 않지만, 거울 각도와 위치 정렬이 핵심이다. 거울이 약간만 비뚤어져도 반사가 어긋나고, 무한 공간 효과가 줄어든다. 아이와 함께 자를 들고 “정확히 90도”라고 이야기하며 각도를 잡아보는 것도 교육적이다. 실제로 우리 아이는 “직각자가 과학에도 쓰이는구나!”라며 혼자 만족스러워했다.
무한 반사의 원리: 거울 속에서 빛은 어디까지 가는가?
실험을 완성한 후 아이에게 물었다. “왜 똑같은 장난감이 끝없이 반복될까?” 아이는 처음엔 “거울이 복사해서 그렇지”라고 대답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엔 과학적인 설명이 조금 더 필요하다.
빛의 반사와 무한 공간의 원리
이 실험은 아주 간단한 물리 법칙 하나에서 출발한다.
빛은 직진하며, 거울에 닿으면 반사된다.
그 반사된 빛이 또 다른 거울에 닿으면 또 다시 반사된다. 이것이 반복되는 구조가 바로 ‘무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특히 이 실험에서는 3면에 배치된 거울이 빛을 반복적으로 교차 반사하게 만든다. 이 때 눈에 보이는 ‘끝없는 장난감 열’은 실제로는 우리 눈이 인식하는 빛의 궤적일 뿐이다.
반사된 영상은 거울 간 거리, 눈의 위치, 조명 밝기 등에 따라 점점 작아지고 흐려진다. 그래서 먼 곳일수록 작은 피규어처럼 보이게 된다. 이는 원근법과 빛의 에너지 손실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이다.
이 과정을 설명하며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비유했다. “빛은 탁구공이야. 거울에 부딪히면 되돌아오지. 근데 계속 튕기다 보면 멀리 멀리 날아가게 되잖아. 우리가 보는 건 그 탁구공의 ‘잔상’이야.” 아이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과학적 개념도 아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면 얼마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아이가 느낀 과학, 부모가 느낀 변화
이 실험을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아이의 반응이었다. 처음 박스 안을 들여다본 순간, 아이는 눈을 떼지 못했다. “우와, 진짜 무한해 보여! 끝이 없어!”라고 말하면서 혼자 박수를 치기도 했다. 평소에 집중력이 짧았던 아이가, 15분 넘게 눈을 박스에 대고 관찰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들이 놀라웠다.
“엄마, 우리 눈이 왜 끝까지 보일까?”
“거울을 더 많이 붙이면 더 많이 보일까?”
“혹시 사람이 들어가면 나도 무한히 나오는 거야?”
그 질문 하나하나가 탐구적 사고였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정답'을 주려고 하기보다는, ‘생각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아이에게 다시 박스를 가리키며, “넌 과학자처럼 질문을 하네. 그럼 다음엔 이 거울 박스로 공룡 마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실험 이후, 아이는 거울을 볼 때마다 “여기도 과학이 숨어 있어”라고 말하곤 한다. 과학은 교과서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손으로 만들고, 눈으로 보고, 스스로 감탄하며 배우는 것이라는 걸 직접 느낀 것이다. 부모로서도 아이와 함께 무언가를 만들며 배우는 시간이 너무 소중했고, 과학이 이렇게 따뜻하고 감성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무한한 상상력으로 확장하는 과학
‘무한 공간 박스’는 단지 하나의 실험에서 그치지 않는다. 조금만 응용하면 다양한 형태로 확장할 수 있는 실험 도구가 된다. 예를 들어 거울의 수를 4개로 늘려 사면체 구조를 만들면, 반사되는 각도가 더 다양해진다. 혹은 거울 대신 반투명 필름을 사용하면 ‘무한 거울 조명 박스’처럼 시각 효과가 더 풍부해진다.
실제로 이 실험을 마친 후, 우리 아이는 다음과 같은 확장 아이디어를 냈다.
- “할로윈 때 이 박스 안에 해골을 넣어서 무서운 거울 만들자”
- “우주인 장난감을 넣어서 우주 공간 만들면 진짜 우주 같을 것 같아”
- “앱으로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면 친구들도 놀라겠지?”
과학은 실험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이의 사고는 더 넓은 곳으로 뻗어나가고, 그 안에 ‘창의력’과 ‘표현력’이 자연스럽게 담기게 된다.
우리는 부모이자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아이의 이런 확장을 응원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실험을 시작하기 전 두려움을 느꼈던 부모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완벽하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궁금해하고, 웃고, 물어보면 그걸로 이미 성공한 과학입니다.”
과학은 결과보다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더 큰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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