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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과학 실험

색이 섞이면 왜 갈색이 될까? - RGB와 CMY 색상 모델 비교 실험 -

아이가 물었다, "왜 색을 많이 섞으면 갈색이 돼요?"

"엄마, 색을 여러 개 섞었는데 왜 무지개가 아니라 갈색이 나왔어요?"

한창 미술놀이를 하던 아이가 불만 섞인 표정으로 물어왔다. 여러 가지 예쁜 색을 섞었는데, 결과는 칙칙한 갈색.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아이에게 과학적으로 설명해주고 싶었다. 그 질문은 단순한 미술 호기심 같았지만, 사실은 빛과 색의 원리, 즉 색의 혼합 방식에 대한 중요한 과학적 질문이다.

색을 섞는다는 것은 단순히 물감을 섞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어떤 경우엔 섞을수록 밝아지고, 어떤 경우엔 섞을수록 어두워진다. 그것은 색의 종류가 ‘빛’이냐 ‘잉크’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와 함께 직접 실험하며 왜 색을 많이 섞으면 갈색이 되는지, 그리고 RGB와 CMY라는 두 가지 색상 모델이 왜 그렇게 다른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체험한 내용을 자세히 기록하고자 한다. 이 실험은 단순한 과학 놀이를 넘어서 시각 정보의 작동 원리미디어 기술, 인쇄 기술의 근본까지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다.

RGV와 CMY 색상 모델 비교 실험

색에는 종류가 있다: 가산혼합과 감산혼합의 차이

색은 단순한 시각적 느낌이 아니라 물리적, 생리학적 작용의 결과이다. 색을 만드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빛을 더해 만드는 가산혼합(RGB), 또 하나는 색소를 더해 빛을 제거하는 감산혼합(CMY)이다.

  • RGB (Red, Green, Blue)
    우리가 TV나 스마트폰, 컴퓨터 화면에서 보는 색은 모두 빛의 삼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을 조합해 만든다. 이 방식은 빛을 더할수록 밝아지며, 세 가지 색을 모두 섞으면 흰색이 된다.
    이것이 가산혼합(additive color mixing)이다.
  • CMY (Cyan, Magenta, Yellow)
    반대로 프린터나 인쇄물, 물감 등은 잉크나 색소를 사용하여 색을 만든다. 이 방식은 더할수록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어두워지고, 세 가지 색을 모두 섞으면 검정에 가까운 갈색/검은색이 된다.
    이것이 감산혼합(subtractive color mixing)이다.

어린이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RGB는 손전등 같은 빛이고, CMY는 크레파스나 물감 같은 색소다.
두 방식은 반대의 원리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색을 섞었을 때 갈색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감산혼합 때문이다.

 

직접 실험해 보기: 색 혼합 실험 2종 비교 (물감 vs 손전등)

아이가 직접 이해할 수 있도록, 두 가지 실험을 준비했다.

 

실험 1: 색소 혼합 실험 (감산혼합)

실험 재료

  • 어린이용 수채화 물감 (빨강, 노랑, 파랑)
  • 투명 플라스틱 컵 3개
  • 붓, 물, 종이 타월
  • 흰색 도화지

실험 방법

  1. 각각의 컵에 노랑, 빨강, 파랑 물감을 충분히 풀어둔다.
  2. 먼저 빨강 + 노랑 → 주황 / 파랑 + 노랑 → 초록 / 빨강 + 파랑 → 보라 실험
  3. 마지막엔 세 가지 색을 모두 섞는다.
  4. 흰색 종이에 칠해서 색의 변화를 관찰한다.

실험 결과

  • 두 가지 색을 섞을 때는 예쁜 혼합색이 나왔다.
  • 그러나 세 가지 색을 모두 섞자, 진흙빛 갈색이 되었다.
  • 아이는 “어? 왜 갑자기 색이 탁해져?”라며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험 2: 빛의 혼합 실험 (가산혼합)

실험 재료

  • 컬러 셀로판지 (빨강, 초록, 파랑)
  • 손전등 3개
  • 흰 벽 또는 종이

실험 방법

  1. 각각의 손전등 앞에 빨강, 초록, 파랑 셀로판지를 붙인다.
  2. 어두운 방에서 세 손전등을 하나씩 비춰 색을 관찰한다.
  3. 두 개, 세 개씩 조합하며 어떤 색이 나오는지 확인한다.

실험 결과

  • 빨강 + 초록 → 노랑 / 초록 + 파랑 → 청록 / 빨강 + 파랑 → 보라
  • 세 가지 빛을 모두 비추자, 벽에 흰색 원이 생겼다.
  • 아이는 “우와! 흰색이 됐어! 진짜 신기하다”며 크게 감탄했다.

 

이 두 실험을 통해 아이는 빛과 색소의 혼합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이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직접 실험을 통해 추상적 개념을 구체화시키는 것은 어린이 과학 교육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다.

 

갈색은 실패한 색이 아니다: 감산혼합의 과학적 이유

많은 아이들이 색을 예쁘게 섞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 “색을 많이 섞으면 왜 칙칙한 갈색이 나오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 갈색은 ‘망한 색’이 아니라 감산혼합의 논리적 결과물이다.

감산혼합에서 색을 섞는다는 것은 빛을 점점 더 흡수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파랑 물감은 빨강과 초록빛을 흡수하고, 파랑만 반사한다. 노랑 물감은 파랑 빛을 흡수하고, 빨강과 초록만 반사한다.
이렇게 세 가지 색소를 섞게 되면, 결국 모든 빛을 흡수하고 거의 반사하지 않게 되어 칙칙한 색, 즉 갈색 또는 검정에 가까운 색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왜 RGB는 흰색이 되고, CMY는 갈색이 되는가?

구분방식혼합 원리결과
RGB 가산혼합 빛을 더함 흰색
CMY 감산혼합 빛을 흡수함 갈색/검정
 

이 차이를 아이가 이해하면, 단순히 색의 실험을 넘어서
TV 화면과 인쇄물이 왜 색이 다르게 보이는지,
왜 잉크는 CMYK 모델을 쓰고, 모니터는 RGB를 쓰는지
다양한 과학적 원리로 확장될 수 있다.

 

색의 과학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꾼다

이번 실험을 통해 아이는 단지 색이 섞이면 갈색이 된다는 사실을 넘어서,
‘왜’ 그렇게 되는지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색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빛의 작용, 물리학, 생물학, 심리학이 모두 연결된 종합 과학이다.

아이와 함께 물감을 섞고, 손전등으로 색을 만들며 함께 감탄하고 질문을 나누는 시간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탐구, 발견, 이해, 그리고 성장의 순간이었다.

앞으로 아이가 미술을 하든, 사진을 찍든, 혹은 인공지능 개발을 하게 되든,
이날의 작은 실험은 분명 그 사고의 뿌리가 되어줄 것이다.
과학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왜 갈색이 나왔을까?”라는 작은 질문에서 출발한 이번 실험이 그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