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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과학 실험

봄꽃 향기의 농도 실험: 꽃 종류에 따라 냄새 차이

봄날에 피어나는 향기, 과학으로 풀어보자

매년 봄이 오면 사람들은 거리 곳곳에서 피어나는 다양한 꽃들의 아름다움에 눈을 뺏기곤 한다. 진달래, 벚꽃, 유채꽃, 라일락, 개나리, 철쭉, 목련 등은 봄을 대표하는 꽃들이다. 이 꽃들은 단순히 시각적으로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공기를 가득 채우는 향기로도 사람들의 기분을 바꾸어 놓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개 꽃의 향기를 막연하게 “좋다” 혹은 “별로다”라고만 표현할 뿐, 그 향기의 세기나 농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실제로 아이와 산책을 하던 중, 아이가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엄마, 왜 라일락 향기는 멀리서도 나고, 진달래는 가까이 가야만 향이 나요?”
이 질문은 단순히 귀여운 호기심으로 넘기기엔 매우 과학적인 주제였다. 그래서 이 실험은 아이와 함께한 일상 속 자연관찰을 ‘실험’이라는 형태로 발전시킨 결과였다.

우리는 서로 다른 봄꽃 5종을 직접 채취하고, 동일한 조건에서 향기의 퍼짐 정도와 농도 차이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향기의 세기라는 주관적인 요소를 아이가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 후각 감도 카드, 향기 세기 스티커, 냄새 퍼짐 거리 측정 도구를 만들어 활용했다. 실험은 총 5일간 진행되었으며, 동일한 장소, 시간대, 날씨 조건에서 실시했다.

이 글은 어린이와 함께 실험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분석한 과정 전체를 담고 있다. 단순히 ‘어떤 꽃이 더 향기롭다’는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느끼고 관찰하고 기록한 과정을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더불어 꽃의 향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향기의 농도가 무엇인지, 왜 꽃마다 냄새의 강도가 다른지 과학적 원리도 함께 풀어본다.

 

봄꽃 향기의 농도 실험

실험 준비 과정: 어떤 꽃을, 어떤 방식으로 비교했는가?

실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봄꽃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실험 대상으로 선택한 꽃은 다음 다섯 가지였다:

  • 라일락 (향기가 강한 꽃으로 유명)
  • 진달래 (향이 거의 없는 꽃으로 인식됨)
  • 유채꽃 (넓은 면적에 심어질 때 향기가 퍼짐)
  • 개나리 (보통 꽃은 많지만 향이 약함)
  • 목련 (진한 향을 가까이서 맡을 수 있음)

꽃은 모두 우리 동네 공원과 주택가 인근에서 채집했으며, 꽃이 손상되지 않도록 작은 병에 넣고 집으로 가져왔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오후 2시경), 비슷한 날씨 조건(기온 18도, 습도 60%)에서 실험을 시작했다. 실험 장소는 집 거실, 아이 방, 베란다로 나누었고, 각 꽃은 하얀색 종이컵에 담긴 상태로 중앙에 두고 향기의 퍼짐을 관찰했다.

실험에 필요한 도구는 아래와 같다:

  • 스톱워치 (냄새 인식 시간 측정용)
  • 자 또는 줄자 (향기가 퍼지는 거리 측정용)
  • 향기 세기 카드 (1~5단계로 스티커 붙이기)
  • 노트와 색연필 (아이의 관찰 기록)
  • 종이상자 (냄새가 퍼지는 방향을 제한할 때 활용)

아이와 나는 향기의 세기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기 위해 5단계 향기 세기 표준을 만들었다.
1단계: 냄새가 거의 나지 않음
2단계: 코를 가까이 대야 냄새가 느껴짐
3단계: 꽃에서 10cm 거리에서 향이 느껴짐
4단계: 꽃에서 30cm 거리에서 향이 느껴짐
5단계: 1m 이상 떨어져도 향이 느껴짐

각 실험은 동일한 순서로 진행되었고, 아이가 직접 거리를 측정하고 냄새를 맡은 순간을 기록하였다. 또한 한 종류의 꽃을 실험할 때마다 30분 간 환기를 시켜 이전 향기가 다음 실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했다.

실험 관찰 결과: 꽃마다 향기 농도는 이렇게 달랐다

아이가 기록한 향기의 세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꽃 종류향기 세기 단계 (1~5)퍼진 거리 (cm)냄새 인식 시간 (초)
라일락 5단계 약 100cm 3초
진달래 1단계 약 5cm 10초
유채꽃 3단계 약 30cm 5초
개나리 2단계 약 15cm 7초
목련 4단계 약 60cm 4초
 

가장 강한 향기를 지닌 꽃은 예상대로 라일락이었다. 향기가 너무 강해서 아이는 “꽃을 보기도 전에 향기가 먼저 온다”라고 표현했다. 반면 진달래는 거의 냄새가 나지 않았고, 코를 꽃잎에 직접 대야만 향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유채꽃은 넓은 면적에 심어질 경우 강한 향기가 나지만, 개별 꽃만 놓았을 때는 생각보다 향기가 강하지 않았다. 목련은 강한 향기를 지녔지만, 퍼지는 거리는 라일락보다는 짧았다.

아이의 기록에는 ‘냄새가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얼마나 빨리 냄새가 퍼졌는지’, ‘향기가 어떤 느낌이었는지’도 포함되었다.
예를 들어, 라일락에 대해 아이는 이렇게 썼다:

“첫 번째로 라일락을 맡았다. 눈을 감고 있었는데도 향기가 먼저 코에 들어왔다. 냄새는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약간 과자 냄새 같기도 했다.”

반면 개나리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개나리는 꽃은 예쁜데 향기는 아주 약하다. 코를 대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멀리서는 모른다. 조금 신기하다.”

이러한 관찰은 단순히 향기의 유무를 넘어서, 아이가 냄새라는 감각을 통해 비교, 판단, 기록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향기 = 꽃의 크기” 또는 “꽃잎 수가 많으면 향기가 세다”는 잘못된 인식도 자연스럽게 수정되었다.

과학 원리 해설: 꽃마다 향기 농도가 다른 이유

향기는 단순한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식물이 만들어내는 화학적 휘발성 물질(VOC, Volatile Organic Compounds)의 결과다. 꽃이 방출하는 향기 성분은 공기 중으로 퍼지고, 사람의 코 속 후각세포에 도달해 냄새로 인식된다. 향기 성분의 농도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첫째는 꽃의 종류와 구조적 특징이다. 어떤 꽃은 꽃잎 내부에 향기를 저장하는 분비세포가 발달되어 있어 향기를 많이 방출하지만, 어떤 꽃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라일락은 휘발성 에스터와 알코올 계열의 향기 물질이 풍부하다. 반면 진달래는 꽃잎 자체에 향기 성분이 거의 없다.

둘째는 향기의 휘발성 정도다. 같은 향기라도 휘발성이 높으면 공기 중으로 빠르게 퍼지기 때문에 향기가 멀리까지 퍼진다. 이 때문에 라일락은 먼 거리에서도 냄새가 느껴지며, 유채꽃도 군락지에서는 강한 향기를 가진다. 목련은 향기 분자가 무겁고 퍼짐이 느린 편이라 비교적 가까이서만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세 번째는 환경 조건이다. 온도와 습도가 높을수록 향기 성분의 휘발이 잘 일어나고, 공기가 정체된 실내보다는 바람이 적당히 있는 곳에서 향기가 더 멀리 퍼진다. 실험을 실내에서 고정된 조건으로 수행한 것은 이러한 변수들을 일정하게 맞추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과학적 원리를 아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는 냄새를 향기 방울로 설명했다.

“꽃에서 향기 방울이 나와서 공기 중에 떠다니는데, 향기 방울이 가벼우면 멀리 가고, 무거우면 금방 떨어져.”
아이도 이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라일락은 향기 방울이 ‘아주 작고 가볍다’고 스스로 표현했다.

아이와 함께 한 향기의 과학, 그 배움의 의미

이번 실험은 단순히 “어떤 꽃이 더 향기롭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가 일상 속에서 느낀 작은 궁금증을 과학적 실험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스스로 관찰하고 기록하고 해석하는 과정이 진정한 학습이었다.

실험이 끝난 날, 아이는 자신의 실험 노트를 꺼내어 이렇게 적었다.

“나는 라일락 냄새를 제일 좋아하지만, 실험을 하면서 개나리도 예쁘고 진달래도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냄새가 안 나도 나쁜 꽃은 없고, 꽃마다 자기만의 향기가 있는 거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이 실험이 단순한 과학 실험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자연을 관찰하는 태도, 사물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감수성을 키우는 과정이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다양한 자연 소재를 가지고 실험을 계속해볼 생각이다. 가을에는 낙엽의 색이 변하는 이유를, 여름에는 햇빛이 물을 어떻게 증발시키는지를 실험해보고 싶다.

이 글을 읽는 학부모나 교사, 또는 과학에 관심 있는 누구라도, 아이와 함께 자연 속 작은 궁금증 하나를 발견한다면, 그것이 바로 진짜 과학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오늘처럼, 향기로운 봄꽃 한 송이에서 비롯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