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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과학 실험

착시 현상 체험: 회전판으로 시각 속이기 실험

눈이 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어느 날 저녁, 아이와 함께 유튜브에서 “움직이지 않는 그림이 움직여 보이는 착시 이미지”를 보다가 아이가 이렇게 물었다.
“진짜로 움직이는 거야? 내 눈이 이상한 거야?” 그 질문 하나가 계기가 되어 나는 아이와 함께 직접 착시 현상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우리는 흔히 눈에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인간의 눈은 생각보다 자주 착각에 빠진다. 특히 ‘착시(錯視, Optical Illusion)’는 시각 정보 처리의 허점을 활용해 눈과 뇌를 속이는 현상이다.
그중에서도 ‘회전판 착시 실험’은 아이들에게 시각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직접 만든 회전판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주기 때문에, 과학을 어렵지 않게 느끼게 해 준다.

이 글에서는 가정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회전판을 활용한 착시 실험’을 소개한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만들 수 있고, 시각 정보 처리 원리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으며, 과학 수업 자료로도 활용 가능하다.
복잡한 실험 기구 없이 종이, 색연필, CD 한 장만 있어도 충분하다. 이제 눈이 속는 그 신기한 순간을 직접 만들어보자.

회전판으로 시각 속이기 실험

 실험 준비: 재료와 사전 설명

실험은 간단하지만, 아이가 집중할 수 있도록 실험 전에 시각 착시가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준비물

  • 버리는 CD 또는 DVD 1장
  • CD 중앙에 끼울 수 있는 병뚜껑 또는 나무 막대 (축 역할)
  • 흰색 종이 (CD 크기로 자른 원형)
  • 색연필, 사인펜, 매직 등 다양한 색 도구
  • 가위, 테이프,
  • 필요시 타이머 혹은 스마트폰 카메라

 사전 개념 설명

아이에게 이렇게 설명해 보자.
"착시란 우리가 실제로 보고 있는 것과, 뇌가 해석하는 것이 다를 때 생기는 착각이야. 움직이지 않는 그림이 움직여 보이기도 하고, 색이 없는 그림이 색깔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 회전판 실험은 이런 착시 중에서도 '움직임 착시'를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사전 개념을 넣으면 아이의 집중도가 훨씬 높아진다.
실험의 목적은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시각 정보의 처리과정을 체험하면서 과학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실험 과정: 회전판 만들기와 실험 방법

 1단계: 회전판 디자인하기

  1. 흰 종이를 CD 크기로 원형 자른다. (CD 위에 놓고 연필로 그린 후 자르면 됨)
  2. 원형 종이 위에 기하학적 패턴을 그린다. 예:
    •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나선형
    • 일정 간격의 굵은 선과 얇은 선 반복
    • 검정과 흰색 패턴, 또는 대비가 강한 색 조합 (파랑-노랑, 보라-초록 등)
  3. 원을 여러 구역으로 나눠 색을 칠할 경우, 색의 배열 순서가 중요하다. 서로 다른 색이 연속되게 배치되면 착시 효과가 더 강해진다.

 2단계: 회전판 조립하기

  1. 완성한 원형 종이를 CD에 붙인다 (풀 또는 양면테이프 사용)
  2. CD의 중앙 구멍에 병뚜껑 또는 막대를 끼워 손으로 돌릴 수 있도록 만든다
  3. 회전 시 잘 보이도록 배경이 단색인 곳에서 실험한다

 3단계: 실험하기

  • 회전판을 손으로 빠르게 돌린다
  • 회전 중 어떤 패턴이 ‘움직이는 듯’ 보이는지 관찰한다
  • 아이에게 질문해 본다:
    • “무엇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
    • “실제로는 가만히 있는데 왜 움직이는 걸까?”
  • 아이가 답을 못 해도 괜찮다. 본인이 직접 생각하고 질문하게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학 원리: 왜 눈은 착각할까?

이제 이 실험의 핵심인 과학적 원리를 쉽고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가능한 한 아이 눈높이에서 예시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착시의 원인: 시각과 뇌의 오해

인간의 눈은 매초 수천 개의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그걸 모두 정확히 해석하지는 않는다.
특히 움직임에 민감한 뇌 영역(운동 시야)은 때로는 ‘패턴의 반복’이나 ‘강한 대비’를 움직임으로 착각하게 된다.

  • 회전판처럼 대칭적이고 반복적인 패턴이 빠르게 회전하면, 뇌는 그중 일부 요소를 기준으로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 색의 대비나 명암 차이가 크면 뇌는 그 경계를 따라 ‘흐름이 생긴다’고 착각한다
  • 그 결과, 실제로는 멈춘 그림이지만, 뇌에서는 움직임이 발생한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색 대비와 시각 피로

색깔을 넣은 회전판의 경우에는 색상 대비와 시각 피로도 착시 효과를 증폭시킨다.
예를 들어, 파란색과 노란색이 번갈아 나타나면 눈이 해당 색을 번갈아 빠르게 인식하면서 혼란을 겪는다.
그 혼란이 뇌에서 ‘움직임’ 또는 ‘번쩍임’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확장 활동과 실생활 응용

 실험을 더 확장하는 방법

  • 여러 개의 회전판을 만들어 비교하기
    예:
    • 색이 있는 것 vs 흑백
    • 기하학적 무늬 vs 무작위 패턴
    • 빠르게 회전시켰을 때 vs 천천히 돌렸을 때
  • 슬로 모션 촬영으로 분석하기
    스마트폰 카메라의 슬로우 기능으로 회전 상태를 찍어보면
    실제로는 움직임이 없음을 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 과학 노트 쓰기
    아이가 실험 결과를 글이나 그림으로 정리하도록 유도하면
    과학적 사고력과 기록 습관을 동시에 길러줄 수 있다

 

 실생활 속 착시 예시

  • 롤러코스터 주변의 회전 그림, 놀이기구에 그려진 나선
  • 자동차 바퀴가 역방향으로 도는 현상 (스턴로 효과)
  • 광고판의 LED 점멸 이미지, 실제론 멈춘 불빛이지만 빠르게 바뀌며 움직이는 것처럼 보임
  • 편의점 간판의 착시 그림, 멈춘 무늬가 움직이는 듯 보임

이러한 예시를 아이와 함께 찾아보면 과학적 호기심은 더 커진다.

 

 

이 실험을 통해 아이는 단순한 재미 이상의 것을 배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며, 시각 정보 처리의 한계와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게 된다.
또한 부모와 함께 실험하고 이야기 나누는 경험은 과학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를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하다.
아이와 함께한 이 회전판 실험은 그 어떤 장난감보다도 아이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