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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과학 실험

프리즘 없이도 무지개를 볼 수 있다고?– 빛과 색의 과학 실험

무지개는 어떻게 생길까? 프리즘이 없어도 볼 수 있을까?

아이들과 산책을 하다 보면 종종 “무지개는 왜 생기는 거예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특히 비가 온 뒤 햇살이 비추는 순간에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보고 신기해하는 모습은 어른인 저도 감탄하게 만듭니다. 무지개는 단지 아름다운 자연현상이 아니라, 빛이 어떻게 굴절하고 반사되는지를 보여주는 과학의 한 장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지개는 프리즘으로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프리즘 없이도 무지개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방법은 여럿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고 재미있습니다.

이 실험은 특히 초등학생들이 과학을 '어렵고 딱딱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고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더불어 학부모와 교사 입장에서는 광학의 기초 개념(빛의 분산, 굴절, 반사 등)을 실제 상황에 연결해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프리즘 없이 무지개를 만드는 방법’을 주제로, 빛의 성질과 실험 원리, 실험 방법, 결과 분석, 그리고 확장 활동까지 자세하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아이들이 집에서도 과학 실험을 직접 해볼 수 있도록 준비물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설정했으며, 특별한 장비 없이도 놀라운 결과를 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프리즘 없이 무지개 보는 실험

 

실험 원리 – 빛, 물, 굴절 그리고 분산

무지개는 ‘햇빛’과 ‘물방울’의 조합으로 만들어집니다. 햇빛은 우리가 볼 수 없는 색까지 포함된 ‘백색광’입니다. 이 백색광은 사실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으로 구성된 여러 가지 색의 빛이 합쳐진 것입니다. 그런데 백색광이 공기에서 물로 들어가면, 각 색의 빛이 진행하는 속도가 달라지면서 꺾이는 각도도 달라집니다. 이 현상을 **빛의 분산(dispersion)**이라고 합니다.

즉, 같은 빛이지만 파장이 긴 빨간색 빛과 파장이 짧은 보라색 빛은 물 속에서 꺾이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서로 갈라져 보이는 것이죠. 프리즘이 이 원리를 이용해서 무지개를 보여주는 도구라면, 실제 자연에서는 비가 그친 뒤 공기 중에 남아 있는 아주 작은 물방울들이 그 역할을 하게 되는 셈입니다.

이 실험에서는 프리즘 대신 유리컵 속 물과 거울 또는 CD, 그리고 햇빛이라는 조건을 활용해서 무지개를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처럼 자연적인 원리를 응용해 손쉽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은 아이들에게 물리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특히 실험 후 빛의 분산이 왜 생기는지, 왜 무지개는 항상 둥글게 보이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이 짧은 실험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 진짜 과학 학습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실험 준비와 과정 – 집에서도 무지개 만들기!

이제 본격적으로 무지개를 만들어 보는 실험을 시작해보겠습니다.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할 텐데, 두 실험 모두 집에서 쉽게 준비할 수 있는 도구만으로 진행 가능합니다. 각각의 실험은 원리는 같지만, 연출 방식이 다르므로 실험을 확장해서 응용할 수 있습니다.

[실험 1] 유리컵 + 물 + 손거울 + 햇빛

 준비물

  • 투명한 유리컵 (플라스틱 컵은 효과가 떨어짐)
  • 수돗물 (컵 가득)
  • 손거울 (작고 평평한 것)
  • 햇빛이 잘 들어오는 창문 근처나 발코니

 실험 방법

  1. 유리컵에 수돗물을 가득 채워 주세요.
  2. 손거울을 유리컵 속에 비스듬히 넣습니다. (약 45도 정도 기울임)
  3. 이 상태에서 유리컵을 햇빛이 직접 들어오는 방향으로 놓고, 햇빛이 손거울에 정확히 반사되도록 조정합니다.
  4. 벽이나 바닥에 비춰진 손거울 반사광을 살펴보면, 작고 선명한 무지개 빛깔의 빛이 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관찰 포인트

  • 무지개가 생기는 각도는 햇빛의 방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 손거울 각도를 조금씩 조정하면서 다양한 크기와 색의 무지개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날에는 스마트폰 플래시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자연광이 가장 좋습니다.

 

[실험 2] CD나 DVD 표면으로 무지개 보기

 준비물

  • CD나 DVD 한 장 (스크래치가 적은 것)
  • 손전등 또는 스마트폰 플래시
  • 어두운 방

 실험 방법

  1. 방의 조명을 끄고 어둡게 만듭니다.
  2. CD의 반사면이 위로 가도록 잡습니다.
  3. 손전등을 약간 비스듬히 CD 표면에 비춥니다.
  4. CD 위에 펼쳐지는 무지개 색의 반사무늬를 관찰합니다.

 관찰 포인트

  • CD의 표면은 미세한 홈이 나선형으로 파여 있어, 이 홈들이 빛을 각각 다른 방향으로 굴절시키면서 색이 분산됩니다.
  • 이 실험은 빛의 회절(diffraction) 원리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실험 결과 분석과 과학 개념 연결

아이들과 실험을 마친 뒤, 그냥 "우와~ 예쁘다!" 하고 끝내기보다는 간단한 질문과 대화로 과학 개념을 연결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 "왜 손거울에 비친 빛이 여러 가지 색으로 보였을까?"
  • "물과 거울이 없으면 무지개가 생길 수 있을까?"
  • "왜 무지개는 항상 빨간색부터 시작할까?"
  • "CD에는 왜 그런 색이 있는 걸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아이와 함께 찾아가며 자연스럽게 빛의 분산, 굴절, 반사, 회절이라는 개념을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손거울 실험에서는 ‘빛이 물을 통과하면서 꺾이고, 거울에 반사되어 나올 때 각 색이 갈라진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CD 실험에서는 ‘빛이 고르게 나가지 않고, 아주 좁은 간격의 홈을 지나면서 흩어지는 현상’이 일어나며, 이건 ‘회절’이라는 새로운 개념입니다.

과학은 개념도 중요하지만,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과 관찰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아이가 단순히 ‘무지개가 생겼다’는 사실보다 ‘왜 생겼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성공적인 과학 실험입니다.

 

확장 활동과 마무리 – 일상에서 과학을 발견하는 힘

이 실험은 단순한 한 번의 실험에서 그치지 않고 일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연결점이 아주 많습니다. 예를 들어:

  • 주방에서 투명한 플라스틱 그릇과 손거울로 실험해 보기
  • 비 온 뒤 하늘을 보며 실제 무지개가 생기는 조건 찾기
  • CD 말고도 무지개가 생길 수 있는 다른 물체 찾기 (비누방울, 유리창, 물병 등)
  • 태양의 고도에 따라 무지개가 생기는 위치가 바뀌는 이유 관찰
  • 스마트폰 카메라로 무지개를 찍고, 색의 순서를 비교해 보기

또한 이 실험은 과학을 잘 모르는 학부모도 아이와 함께 즐기며 배우는 기회가 됩니다. 특별한 과학 지식이 없어도, 일상 속에서 아이에게 물리 개념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교육적으로는 ‘스스로 관찰하고 질문하며 설명해보는 힘’을 길러주는 훈련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실험은 단순히 무지개를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빛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우리 눈앞에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강력한 교육 도구입니다. 아이가 무지개를 보며 눈을 반짝이고 “왜 이렇게 예뻐요?”라고 물어본다면, 이미 그 아이는 과학에 첫걸음을 내딛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