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한 궁금증: "이끼는 물을 얼마나 마실까?"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자주 마주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생물들이 있다. 바로 ‘이끼’다. 길가의 돌담이나 오래된 나무, 심지어 화단 가장자리나 습기가 많은 콘크리트 틈새에서도 종종 이끼가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초록색의 조용한 식물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끼는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식물이며 과학적 원리를 품고 있다.
며칠 전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아이가 산책 중 돌담에 붙어있는 이끼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빠, 이끼는 물을 어떻게 먹어?”
그 질문에 나는 순간 멈칫했다. “뿌리로 물을 마시지 않을까?” 하고 대답하려다,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끼에는 뿌리가 없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 호기심은 단순한 궁금증을 넘어 과학 실험으로 발전할 수 있는 좋은 주제였다. 그래서 우리는 집 근처 공원에서 이끼를 채취하고, “이끼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물을 흡수할 수 있는가”를 직접 실험해 보기로 했다.
이 실험은 아이에게 과학적인 관찰과 추론 능력을 키워주는 데에도 매우 좋은 주제였고, 나 역시 오랜만에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받은 기분이었다. 이 글은 우리가 직접 관찰하고 실험한 과정을 정리한 기록이며, 같은 궁금증을 가진 아이와 부모, 혹은 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실험 준비 – 자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과학 재료
실험을 하기 위해 우리는 주말 아침, 동네 공원으로 향했다. 도시 속에서도 오래된 벤치 주변, 나무 뿌리 부근, 습기가 많은 화단 경계에 제법 많은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돋보기와 작은 주걱, 손톱깎이 집게를 챙겨가 이끼를 조심스럽게 채취했다. 중요한 점은 이끼의 뿌리(혹은 근사한 구조체)를 훼손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분리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준비한 실험 도구는 다음과 같다:
- 채취한 이끼 3종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3군데에서 채취)
- 전자저울 (정밀하게 무게 측정용)
- 비커 또는 투명 컵 3개
- 100ml 계량컵
- 물 (일정한 온도의 정수)
- 건조용 키친타월
- 타이머
- 실험 관찰 일지 (아이와 함께 작성)
각 이끼 조각은 약 5cm × 5cm 크기로 균일하게 맞추었다. 전자저울을 통해 이끼의 건조 전 무게를 측정했고, 이후 각 이끼를 동일한 양의 물에 담가 일정 시간 후 무게를 다시 측정함으로써, 이끼가 흡수하는 물의 양을 정량적으로 알아볼 수 있었다.
실험 전에 이끼를 하루 정도 그늘에서 건조시켜 ‘완전히 마른 상태’로 만들어야 했다. 이는 이끼가 물을 머금기 전 상태를 기준으로 무게 차이를 비교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준비하는 과정부터 아이는 매우 흥미로워했고, 과학자가 된 기분이라고 들떠 있었다.
실험 방법 – 직접 해본 이끼 물 흡수 실험 절차
이끼의 물 흡수량을 측정하기 위한 실험은 간단하지만 정확성을 유지하려면 단계별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특히 무게 측정은 민감하므로 최대한 동일한 환경에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험 절차]
- 이끼 건조 후 초기 무게 측정:
- 각 이끼 조각을 전자저울 위에 올려 ‘건조 상태’의 무게를 측정하고 기록했다.
- 예: A조각 2.15g, B조각 2.32g, C조각 2.20g
- 이끼를 100ml의 물이 담긴 비커에 넣고 10분 동안 담가둠:
- 물은 상온 정수 (약 20도)로 통일
- 이끼가 스스로 물을 흡수하게 하되 손으로 누르거나 흔들지 않음
- 타이머로 정확히 10분간 측정
- 이끼를 꺼내 키친타월 위에 올려 표면 물기를 가볍게 제거함:
- 물기를 닦아내기보단 ‘흡수된 물’만 남도록 조심스럽게 톡톡 두드림
- 흡수 후 무게 재측정:
- 각 이끼를 다시 전자저울 위에 올려 새로운 무게를 측정
- 예: A조각 5.82g, B조각 6.01g, C조각 5.70g
- 결과 계산:
- 물 흡수량 = 흡수 후 무게 – 건조 전 무게
- 예: A조각 3.67g 흡수, B조각 3.69g, C조각 3.50g
- 비율 계산 (흡수량 ÷ 건조무게):
- 예: A조각 → 3.67g ÷ 2.15g ≈ 1.7배
- 이끼는 자기 몸무게의 약 1.6~1.7배의 물을 흡수함을 확인
이러한 실험 절차는 매우 간단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무게가 변하는 것을 수치로 직접 확인하는 경험 자체가 매우 신기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특히 같은 크기의 이끼라도 종류에 따라 흡수량이 다르다는 점이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끼도 성격이 다른 거야?" 라는 말을 하며 이끼의 ‘종류별 특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관찰 및 결과 분석 – 이끼가 가진 놀라운 수분 저장 능력
실험 결과는 예상을 훨씬 웃도는 흥미로운 수치를 보여줬다. 이끼는 단순히 물을 표면에 머금는 수준을 넘어, 내부 구조에까지 수분을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어떤 조각은 자기 무게의 거의 2배 가까운 물을 흡수하기도 했다. 이는 이끼가 얼마나 수분에 의존하며, 동시에 수분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생물인지 보여주는 근거다.
이 실험에서 우리가 발견한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 이끼는 뿌리가 없기 때문에 주로 잎과 줄기 표면을 통해 수분을 흡수한다.
- 이끼의 세포 구조는 스펀지처럼 구멍이 많아, 수분 저장 공간이 크다.
- 이끼 종류에 따라 흡수량 차이가 나타났으며, 형태가 얇고 촘촘한 이끼가 더 많은 물을 머금는 경향이 있었다.
- 건조한 환경에서는 이끼가 바로 마르지만, 습도만 높아도 수분을 흡수하고 다시 살아나는 특성이 있다.
- 외부 물기만 제거하고 속까지 짜내지 않으면 수분은 상당량 내부에 남는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는 “그러면 이끼를 자연의 물탱크라고 불러도 되겠다”는 재미있는 해석을 덧붙였다. 실제로 열대 우림이나 극지방에서 이끼는 수분 순환의 핵심 생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생물들이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결론 – 이끼 실험이 알려주는 자연의 과학과 확장 활동
이번 실험을 통해 이끼가 단순히 조용한 녹색 식물이 아니라, 물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생태계 내 중요한 존재임을 아이와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만져보고, 무게를 재고, 수치를 계산하며 과학적 사고 과정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장점이었다.
또한 이 실험은 다양한 확장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이끼 종류별 흡수력 비교 실험
- 건조 후 복원력 실험 (며칠 마른 후 다시 물을 주고 변화 관찰)
- 이끼가 자라는 환경 조건 실험 (빛, 습도, 온도 등 변화)
- 다른 식물과의 비교 실험 (예: 양치식물, 잔디 등과 물 흡수량 비교)
- 이끼 생태계 탐방기 작성 (학교 주변, 시골, 산림 등에서 이끼 관찰 후 정리)
이 실험을 마친 후 아이는 과학 일기장에 직접 결과를 그림과 함께 정리했으며, “다음엔 진짜 물탱크 식물은 뭘까?” 하는 새로운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이런 활동은 단순한 ‘과학 교육’을 넘어서, 아이의 사고력, 관찰력, 그리고 과학적 상상력을 함께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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