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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과학 실험

얼음 위에서 물건 미끄러뜨리기: 마찰력 비교 실험

겨울날의 미끄러운 놀이터에서 출발한 질문

겨울이 되면 길거리, 운동장, 놀이터 곳곳에 얼음이 생긴다. 아이들이 신나게 놀다가도 얼음 위에서 넘어지는 일이 종종 생긴다. 특히 운동화보다 고무신이나 장화, 혹은 그냥 장난감이 얼음 위에 얹혔을 때 더 멀리 미끄러지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나는 아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놀다가 얼음 위에 실수로 떨어뜨린 작은 자동차가 평소보다 훨씬 멀리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왜 얼음 위에서는 물건이 그렇게 쉽게 미끄러지는 걸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아이는 "차가 얼음 위라서 빙~하고 갔어!"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안에 분명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 있다고 느꼈다. 평소에는 바닥에 올려놓은 장난감이 몇 센티미터밖에 움직이지 않는데, 얼음 위에서는 몇 미터씩 밀려가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이유는 바로 마찰력이라는 과학 개념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아들과 함께 직접 얼음 위에서 다양한 물건을 미끄러뜨려 보고, 각각의 마찰력이 얼마나 다른지 관찰한 실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실험은 아주 간단한 준비물만으로도 가능하고, 아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과학 개념을 익힐 수 있는 훌륭한 체험 활동이다. 특히 겨울철이거나, 집에 냉동고가 있다면 언제든지 실내에서도 해볼 수 있다. 실험을 통해 '마찰력'이 무엇인지, 왜 얼음 위에서는 물건이 더 잘 미끄러지는지, 그리고 재질이나 무게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함께 알아보자.

 

 

 

마찰력 비교 실험

실험 준비와 과정: 손쉬운 준비물로 시작하는 마찰력 탐험

실험을 위해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얼음판이다. 야외 놀이터의 얼음도 가능하지만, 위생적이고 반복 실험을 위해 집에서 간이 얼음판을 제작하는 것이 더 좋다.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냉동고에 넣을 수 있는 베이킹 트레이(혹은 김밥말이용 플라스틱판)**에 물을 부어 얼리는 것이었다. 트레이 크기는 약 30cm × 20cm 정도면 충분하다.

 준비물 리스트:

  • 플라스틱 쟁반이나 베이킹 트레이 (얼음판 만들기용)
  • 냉동고
  • 다양한 재질의 작은 물체 5가지 이상
    • 예: 플라스틱 자동차, 나무 블록, 고무 지우개, 금속 열쇠, 헝겊 인형
  • 자 혹은 줄자
  • 스톱워치 (시간 측정용)
  • 기록지 (아이와 함께 작성하면 교육적 효과 ↑)

하루 전날, 트레이에 물을 부어 평평하게 얼려둔다. 얼음판이 완성되면 미끄럼 실험을 위해 바닥에 수건이나 방수천을 깔고 실험을 시작한다. 각 물체는 같은 위치(얼음판 가장자리)에서 손을 떼는 순간 시작되도록 한다. 가능하면 힘의 세기는 동일하게 하기 위해 일정 높이에서 살짝 밀어주는 것이 좋다.
아이와 함께 "하나, 둘, 셋!"을 외치며 동시에 놓아보는 방식이 직관적이고 재미있다.

실험 방법 요약:

  1. 얼음판을 평평한 바닥에 놓는다.
  2. 하나의 물체를 얼음판 한쪽 끝에 놓고, 살짝 밀어준다.
  3. 얼음판 끝까지 이동한 거리를 측정하거나, 멈춘 지점을 자로 측정한다.
  4. 같은 방법으로 다른 물체들도 차례대로 실험한다.
  5. 모든 물체가 얼마나 멀리 미끄러졌는지 기록하고 비교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같은 얼음판 위에서도 물건마다 다르게 미끄러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된다. 이는 곧 마찰력이 물체의 재질이나 표면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려주는 포인트다.

 

실험 결과: 같은 얼음 위, 다른 미끄러짐의 이야기

실험 결과는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예상외였다. 우리는 처음에 금속 열쇠가 제일 멀리 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플라스틱 장난감 자동차가 가장 멀리 미끄러졌다. 아래는 우리가 기록한 실제 측정 결과다:

실험 물체미끄러진 거리(cm)
플라스틱 자동차 45cm
나무 블록 32cm
고무 지우개 12cm
금속 열쇠 28cm
헝겊 인형 15cm
 

아이는 자동차가 45cm나 움직인 것을 보고 “얘가 제일 빨라!”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단순히 ‘빠르다’가 아닌 **‘마찰력이 작다’**는 표현으로 바꿔 설명해 주니 금방 이해했다. 플라스틱은 표면이 매끄럽기 때문에 얼음과의 마찰력이 적어 멀리까지 미끄러질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고무 지우개나 헝겊 인형처럼 표면이 거칠고 유연한 재질은 얼음과의 접촉 면적이 넓고, 마찰력이 크기 때문에 금세 멈췄다. 나무 블록은 중간 정도였으며, 금속 열쇠는 무게는 무거웠지만 표면 마감이 매끄럽지 않아 생각보다 많이 미끄러지지는 않았다.
이 실험을 통해 아이는 단순한 '속도 비교'가 아닌, 물체와 표면 사이의 마찰력 차이에 따른 거리 차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 아이는 얼음길에서 "엄마, 내 장화는 마찰력이 낮아서 조심해야 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과학 원리 설명: 마찰력의 정체를 파헤쳐보자

이 실험에서 핵심적으로 다룬 과학 개념은 마찰력이다. 마찰력은 두 물체가 서로 맞닿을 때 생기는 힘으로, 이 힘은 물체의 재질, 표면 상태, 무게, 접촉 면적에 따라 달라진다.

💡 마찰력이 작으면?

  • 물체가 쉽게 미끄러진다.
  • 얼음처럼 매끄럽고 차가운 표면에서는 마찰력이 작음
  • 플라스틱이나 금속처럼 매끄러운 재질일수록 잘 미끄러짐

💡 마찰력이 크면?

  • 물체가 잘 멈춘다.
  • 고무나 헝겊처럼 표면이 거칠거나 마찰이 큰 재질일수록 잘 미끄러지지 않음
  • 자동차 타이어에 고무를 쓰는 이유도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얼음은 고체이지만, 일정 압력이나 온도에서 표면이 미세하게 녹아 윤활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얼음 위는 일반 바닥보다 훨씬 미끄럽다. 이는 스케이트장이나 빙상경기에서 활용되는 과학적 원리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는 이 개념을 너무 어렵게 설명하기보다는,
“마찰력이 작으면 빙~ 미끄러지고, 크면 쿵! 멈춘다”고 비유하면 쉽게 이해한다.
이렇게 실험을 통해 개념을 체험하면, 교과서 속 '마찰력'보다 훨씬 오래 기억된다.

 

확장 응용: 놀이에서 배움으로 이어지는 과학의 확장

이 실험은 단순히 재미있는 놀이로 끝나지 않는다.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하여 아이의 창의성과 과학적 사고를 동시에 키울 수 있다.

 실험 확장 아이디어:

  • 다양한 표면으로 바꿔보기: 얼음 대신 유리판, 나무판, 사포판 위에서도 실험
  • 같은 물체 다른 조건 비교: 플라스틱 자동차에 물을 뿌리거나, 바닥에 베이비 파우더를 뿌려 실험
  • 무게 추가: 동일한 물체에 동전을 얹어 무게에 따른 마찰력 변화를 비교
  • 속도 측정: 스톱워치를 활용해 물체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 비교

또한 학부모나 교사는 이 실험을 활용하여 과학일지 쓰기, 결과 예측-비교 활동, 영상 촬영 후 발표 등의 수업 자료로도 확장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직접 해보며 답을 찾는 경험이다. 이 과정은 단순한 과학 지식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학습 효과를 낳는다.

 

놀이와 과학의 경계를 허무는 가장 쉬운 방법

얼음 위에서 물건을 미끄러뜨리는 이 간단한 실험 하나로 아이는 자연스럽게 마찰력이라는 과학 개념을 체험할 수 있었다. 실험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더 나은 방법을 찾고, 궁금한 점을 메모하고, 실험 결과를 분석하는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는 탐구 중심의 학습 경험이었다.
이처럼 과학은 거창한 실험실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주방, 거실, 냉동고, 그리고 놀이터도 훌륭한 실험실이 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오늘 당장 얼음을 꺼내고, 물체를 하나 올려놓아 보자. 그 한 걸음이 과학자로 향하는 첫 발걸음이 될 수도 있다.